2022. 4. 8. 23:02ㆍ문화생활 다이어리/전시-공연
얼마 전, 친구 덕분에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에 다녀왔다. 이 전시는 경복궁역 3번 출구 근처인 '대림미술관'에서 하고 있으며, 2017년 4월 27일부터 2017년 10월 29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http://www.daelimmuseum.org/onViewTab1.do 현재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THE SELBY HOUSE(셀비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냥 SELBY의 작품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오디오 가이드 또는 도슨트 투어(매 시 정각에 진행됨)를 통해서 작품들을 보면 더 다채롭게 볼 수 있다. 나와 친구는 도슨트 투어 시작할 시간을 맞춰서 가서 도슨트 투어를 들으면서 전시를 한 번 보고, 도슨트 투어가 끝난 이후에 개별로 다시 작품들을 보았다.
먼저 THE SELBY HOUSE(셀비하우스)에 대한 소개를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토드 셀비입니다. 어릴 적 내 방은 온갖 잡동사니들과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작은 카오스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정리 대신, 세상을 이 방처럼 흥미진진하고 뒤죽박죽인 곳으로 만들어보려는 엉뚱한 계획을 품었습니다.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사진, 영상, 일러스트, 설치 작품들을 통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입니다. 어린 시절 미술관에서 대가들의 회화 작품을 보고, '저런 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호언장담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나는 그 때의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마음가짐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도 나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길 바랍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과 주변을 새롭게 기록하는 각자만의 방식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 전시에 대한 글을 핸드메이드가 주제인 내 티스토리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전시장 입구 쪽에 있는 셀비의 인사말을 읽자마자였다. '나만의 작품'이라는 단어를 기록해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셀비의 사진들을 보면서는 꼭!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니어처 하우스를 만들 때도, 내 방 더 나아가서는 미래에 나의 집을 꾸밀 때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포함한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또는 색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싶다면 가볼 가치가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전시장 2층(1층에서는 전시 관련 물건을 판매하고 2층부터 전시 시작)에는 Selby가 만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집과 생활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Selby가 그 사람(=사진에 찍힌 사람)들을 그려 놓은 그림도 함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와, 다채롭다'였다. 정형화된 집들이나 정형화된 생활이 아니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다채로운 사진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행복해 보였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보고 있는 나도 들뜬 기분이 들었고, 좋은 기분을 전해 받는 것 같아서 그 공간에 오래 있고 싶었다.
참고로 내가 효과를 입혀서 사진의 색상이 원래 작품과 많이 다르다. 찍을 때는 효과를 입힌 게 더 밝아보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원래 색상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사진을 찍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두 사진에는 사람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공간의 스타일이 매우 드러났다. 그리고 왼쪽 사진의 빈티지 스타일은 한 번쯤 미니어처 하우스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른쪽 사진의 나의 방 또는 집에 저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채워가고 싶다. 오른쪽 사진의 인테리어는 어릴 적 비슷하게 나도 꾸몄던 적이 있다. 집에서 남는 상자 뚜껑들에 색종이로 붙여서 내가 원하는 색으로 만들고 그 위에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사진들을 붙였다. 그리고 그 상자들을 잘 맞춰서 내 방 책상 앞에 붙여두었었다. 위 사진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그걸 보면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리고 3층에는 Selby가 좋아하는 것들, Selby의 그림과 사진이 잘 합쳐진 사진 작품, Selby가 여행 갔던 곳, Selby의 방이 주요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3층으로 올라와서 제일 먼저 보이는 건 Selby가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음식들, 좋아하는 동물들, 좋아하는 사람들 등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그걸로 집의 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일 테니까. 나도 내가 좋아하는 핸드메이드에 관한 기록들을 이렇게 남기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계속 생각했을 때 현실에 여러 문제들과 부딪히게 된다. Selby는 그런 적이 없는지, 그런 적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런 상황들을 지나왔는지 한 번쯤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 전시 공간에서 들었다.
이건 그림과 사진을 모두 좋아하는 Selby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특정 인물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람의 특징이 드러나는 그림들을 액자에 그려 놓은 것이다. 이건 정말 내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사진의 추억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잘 찍힌 특별한 사진을 크게 벽에 걸고, 그 사진의 테두리들을 다른 작은 사진들로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과 함께 위 사진처럼 액자 틀 부분을 그림으로 채워 넣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물론, 난 그림을 잘 못 그리지만 시도해보고 싶다.
이건 Selby가 자신이 여행했던 곳을 그림으로 그려두었던 건데, 이번 전시를 하면서 그 그림을 크게 만들어서 한 공간을 전시했다고 한다. 내가 여행했던 곳의 추억들이 한 공간에 가득 채워져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그 공간이 매우 좋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이건 Selby가 실제 자신의 방을 대림미술관에 직접 꾸민 거라고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친숙하게. Selby의 사진도 그림도 공간전시도 모두 그렇다. 나와 정말 많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지만, Selby의 작품에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Selby는 지금까지 내가 갔던 수 많은 전시회, 박물관들 중에서도 특히 (주관적으로) 매우 좋은 전시였다. 그 많은 전시들 중에서 기분 좋은 설렘과 편안함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10월의 전시가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한 번 더 다녀오고 싶다.
2017.10.01. 09:08 lotusflower5.tistory.com/ 에 작성
'문화생활 다이어리 > 전시-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로라 폭풍> 권오철 작가의 오로라 사진전 (0) | 2022.04.15 |
---|---|
세계명작극장전, 빨간머리앤을 보러 다녀온 전시회 (0) | 2022.04.15 |
디뮤지엄 -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0) | 2022.04.08 |
헬로뮤지엄 - 헬로, 미켈란젤로전 (0) | 2022.04.01 |
모네, 빛을 그리다 - 모네 전시회에 다녀와서 사진으로만 남기는 기록 (0)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