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위스 3 - 돌아온 루체른, 처음 간 리기산

2017. 11. 23. 06:51여행 일기장/다시,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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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의 스위스 여행 중 첫 번째 여행지는 루체른이었다. 전 날은 짐을 끌고, 비를 맞으며 숙소로 가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다행히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날은 비는 오지 않았다. 가디건을 입었다 벗었다 하기 딱 좋은 선선한 가을 날씨였다. 오전에는 해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날씨였는데, 정오가 지난 후부터는 차차 해가 보이기 시작했었다.

 지난 번 유럽여행을 할 때 머물었던 스위스에 하루, 그 때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갔었다. 그 때는 인터라켄에서 숙박을 하고 기차를 타고 루체른에 구경을 왔었다. 와서 루체른 시내 구경만 하다가 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갔었는데도 평화로운 루체른이 참 좋았었다. 하지만, 다시 도착한 루체른은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루체른이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과 중국의 명절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루체른에서는 가는 곳마다 한국어가 계속 들릴 정도였고, 대형 버스도 루체른 시내에서 끊임없이 보였다.

 첫 번째 일정으로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우리가 머문 숙소(IBIS styles Luzern City) 근처에 있어서(도보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가장 먼저 보러 갔다. 전에는 없던 무슨 조형물 같은 게 있었다. 아래 사진은 왼쪽은 내가 처음 루체른을 갔을 때 사진이고, 오른쪽은 올 해 10월에 갔을 때 사진이다(참고로 처음 갔을 때는 2월이었다). 잘 보면 왼쪽에는 없는 줄이 오른쪽에는 있다. 큰 조형물을 지지하는 줄 같았다. 특별히 그 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 다시 루체른의 같은 장소에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조형물이 뭔지 자세히 볼 정신은 없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 한국어와 중국어만 계속 들려오고, 단체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내 기억 속에 루체른은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어서, 그런 휴식을 기대했던 나는 빨리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곳을 빠져 나온다고 루체른에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점점 더 많아질 뿐이었다. 나는 잠깐 와서 이틀 머물고 가는 사람들이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성당은 루체른에서 가장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이었다. 저 앞에서 사진 찍고 산책하는 동안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지나가지 않았다.

 빈사의 사자상과 성당을 지나 카펠교로 가는 길. 위에 사진은 카펠교 반대쪽 풍경이다. 이 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스위스 국기도 루체른 상징 깃발도 다 봉에 말려 있거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세 명의 관광객이 저걸 찍기 위해 난리를 치다가 갔는데, 결국 못 찍고 아쉬워하며 갈 길을 떠났다. 그 관광객이 가고 바로 그 길을 지나가는데, 풍경을 찍겠다던 친구가 단 두 컷으로 위 사진을 찍어냈다. 나에게는 숙소 가서 보여주고, 내가 '오! 이거 찍었네!' 하니까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의기양양해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ㅋㅋ 날씨는 흐렸지만, 저 국기 하나로 멋진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카펠교! 카펠교가 있는 호수의 물도 여전히 예뻤고, 카펠교의 목재 느낌도 여전히 좋았다. 루체른 호수는 뭔가 다르다. 내가 과학을 잘 몰라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 마치 잡으면 손 안에서 몽글몽글 투명한 젤리처럼 말랑말랑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을 찍으면 호수에 비추는 카펠교 풍경이 마치 그림같다. 난 이 호수의 느낌을 4년 전에도 좋아했고, 이번에도 좋았다. 그리고 이번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산과 호수들을 자세히 봤는데, 산마다 호수마다 다른 느낌이 있다.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을 여행할 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참 좋다.

 그렇게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지금의 루체른을 느끼면서 산책을 한 뒤에 다시 루체른 중앙역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 중앙역에서 유심을 사서 바꿔 끼우고 리기산에 가는 유람선을 탔다.

 스위스패스가 있다면 스위스의 대부분 대중교통들은 무료이거나 50% 할인이다. 일단 루체른에서는 리기산을 가기 위한 모든 대중교통이 스위스패스 하나로 무료로 탈 수 있다.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기차로 갈아타고, 리기산을 본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중간쯤 내려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서 다 내려온 후, 다시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 시내로 돌아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리기산을 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시간에 맞게, 보고 싶은 마을에 따라서 원하는 대로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스위스를 길게 여행할 때 정말 유용한 스위스패스! 스위스패스는 1등석과 2등석으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아주 오랜 고민 끝에 1등석을 구입했는데,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우리가 여행하던 시기에 사람이 정말 많았었는데, 1등석은 유람선을 타든 기차를 타든 항상 자리가 많고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스위스의 평화로움을 이동 중에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리기산으로 가는 유람선 위에서 처음으로 해를 보았다. 해가 보이기 시작해서 기대를 했다. 우리가 리기산에 갈 때 즈음에는 조금은 맑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밝은 햇빛, 예쁜 호수, 평화로운 유람선

모든 곳에 낭만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산으로 갔다. 처음에는 풍경이 좋았지만, 점점 안개가 많아졌다. 나중에는 해리포터 영화의 후반부에 어둡고 안개 자욱했던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도착해서 반가운 한글 안내판까지 보았지만... 리기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산 아래는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리기산의 날씨는 하루 안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안개 가득한 풍경과 리기 쿨름의 표지판만 보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가면 산들의 여왕이라는 리기산의 풍경을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날은 아쉬웠지만, 그 대신 이 후에 본 멋진 스위스 산의 풍경들에 더 감사할 수 있었다.

 리기 쿨름에서 내려올 때는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중간에 내려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왔다. Weggis(베기스)라는 마을을 보기 위해서 케이블카를 탔는데, 산악열차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본 풍경은 마치 신비로운 다른 별에 온 듯했다. 호수도, 하늘도, 구름 사이로 나오는 햇빛도 처음 본 듯한 색깔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을은 마음 편히 잘 보지 못했다.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 왔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케이블카에서부터 마을에서까지 너무나도 크게 웃고 떠들어서 그 평화로운 마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 한국인 관광객의 여행태도(?) 점수가 평균 이하라고 하는 기사를 봤는데, 베기스에서 봤던 그 관광객들이 생각이 났다. 정말 조용한 그 마을에서 한 마디라도 더 하겠다고 떠들고,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을 집 앞 땅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과 다른 여행객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통해 나도 다시 한 번 배우는 시간이었고, 여행에도 매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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