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3. 09:29ㆍ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 참고: 트레바리 <씀-눈부신 친구>는 '매일 한 문장 쓰기', '릴레이 소설 쓰기', '책 읽고 주제에 맞춰 독후감 쓰기'를 진행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입니다.
3월 8일 월요일 - 배낭
학창시절 12년을 함께하던 배낭, 책가방. 그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어떻게든 한권이라도 책을 덜 넣기 위해 사물함 앞에서 매일 고민했다. '수학은 내일까지 숙제니까 꼭 가져가야 하고, 과학은 다음주까지니까 내려놓고.. 음 국사 시험 있는데 그냥 필기공책만 가져갈까?' 단 몇 그램을 줄여 어깨를 가볍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배낭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차를 운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왜 그때보다 내 어깨는 더 무겁고 아플까? 왜 더 피곤하고 힘이 없을까?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배낭을 메고 있나보다. 교과서 대신 어른이 된 사회인의 책임을 담은 배낭을 말이다.
3월 9일 화요일 - 별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는 별을 꼭 노란색으로만 칠해야 할까?
3월 10일 수요일 - 벚꽃
2021년 3월 10일, 광주에는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떤 지역이든 그렇듯, 광주에는 벚꽃으로 매우 유명한 장소가 있다. 서구청 근처에서 벚꽃 축제를 하던 그 곳은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넓은 도로 옆으로 차들이 줄지어 주차를 했고, 그 차들 사이로 수많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지나갔다.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다가,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날리면 마치 대본이라도 있는듯이 모두들 감탄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의 즐거움 속에 나의 첫사랑이, 나의 친구가, 나의 스무살이 있다.
그리고 내 추억이 담겨 있는 그 시기는 언제나 4월 초다. 따뜻한 광주에서도 4월 초가 되어야 만개하던 벚꽃이 지금은 한달이나 빨리 피었다. 심지어 이미 만개한 벚꽃나무도 있다. 지금 벚꽃을 평소보다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한국에서 벚꽃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지구온난화로 한국이 여름뿐인 나라가 된다면 벚꽃나무는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테니까. 어쩌면 나의 아이와 손자는 벚꽃엔딩 노래를 들으며 흩날리는 벚꽃에 감탄하는 추억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3월 11일 목요일 - 돈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개인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던 이유도, 그녀가 나를 떠날 수 있던 이유도 돈이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했던 그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를 이렇게까지 오게 한 건 결국 너야." 내가 돈이 없어서라는 의미일까? 자기가 떠나면서 그 씁쓸한 표정은 뭐였을까?
3월 12일 금요일 - 신입(사원)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 '신입'이 될 수 있다. 중학교에 처음 입학한 신입생, 회사에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 동호회에 처음 가입한 신입(회원), 학부모 모임에 새로 들어온 신입학부모, 이사해서 새로운 노인정에 들어간 신입(원). 어떤 나이에도 우리는 신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언젠가는 신입이었고, 다른 곳에서 신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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