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6. 08:12ㆍ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트레바리 <씀-눈부신친구>라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읽게 된 책, <밤이 선생이다>의 독후감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1. <밤이 선생이다> 읽은 후 인상 깊은 구절(일부)
- p.3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 p.114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에는 우리가 어떤 난관에 부딪히고 어떤 나쁜 조건에 처하더라고,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장 가깝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는 듯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그 뜻이 거기 들어 있는 다른 모든 뜻보다 앞선다. 민주주의에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이유가 그와 같다.
- p.138 기억이란 참으로 묘하다. 구본창의 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그때와 비슷한 상처를 받은 것인가. 어떤 위로를 찾는다는 것이 세월의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그 말을 문득 찾아낸 것인가.
- p.226 모든 사람이 한 믿음을 가지고 한 가지 형태로 살아야 한다고 믿는 전제주의가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폭력이 폭력인 줄을 알지 못한다.
2. 주제(내 일상의 소소한 일화나 에피소드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기)에 맞춰서 쓴 독후감
잘할 수 있을까?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이번 독후감의 주제가 황현산 작가의 책 <밤이 선생이다>를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경험과 사회문제(또는 역사)를 이렇게 잘 연결시켜서 개인의 견해를 드러내는 글을 쓸 수 있는가!'라고 감탄한 적이 많았고, 나도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일상 속 에피소드를 통해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해볼 수 있는 독후감 주제로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에피소드를 골라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서 일주일 정도 에피소드들만 생각하고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책을 읽고 난 후에 글을 쓰려고 하니, 그만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고민'을 글로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잘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행동은 미뤄지고 생각은 많아진다. 나에게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고민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예를 들면, 운전이 그랬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는 친구들을 보며 '운전면허를 따야 할까?' 고민했다. 학원비는 어떻게 모으지? 학기중에 시간을 낼 수 있을까? 면허가 지금 필요한가? 근데 내가 운전에 재능이 없으면 어떡하지? 등 다각도로 고민을 했다. 결국은 눈길에 미끄러져 차 사고가 났던 엄마 그리고 밤길에 운전하다 큰 사고로 입원한 아빠를 떠올리며 면허 취득을 미뤘다. 다시 운전면허취득을 고민한 건 취업을 한 이후이다. 직장과 집의 거리도 가까웠고 출장이 많은 직업도 아니었지만, 운전을 하는 선배들을 보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 자유가 부러웠다. 주말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교통 편의 시간과 비용을 따져야 하는 나와 달리,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떠날 마음만 있으면 바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스무살 때와 같은 고민을 한 끝에, 이번에는 면허를 취득하기로 했다. 뭐, 면허 취득을 결심하기까지 반년이 넘는 고민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긴 고민을 했지만, 허무하게도 한번에 합격했다.
그런데 운전에 대한 '잘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운전면허증은 생겼지만,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스무살에 운전면허취득을 포기했던 이유, 부모님의 차 사고가 또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한 트라우마 사건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운전을 못해서 사고가 계속 나면 어떡하지? 사람을 치거나 비싼 차를 치면 어떡하지? 그 고민 끝에, 운전이 지금 필요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을 다시 3년을 미뤘다. 그리고 출장이 많은 직장에 취업하면서 그때서야 제대로 운전 연습을 시작했다. 고민을 너무 길고 심각하게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갑자기 끼어드는 택시나 오토바이에는 깜짝 놀라고 차선바꾸기는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생각보다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그 '생각보다'가 포인트가 아닐까? 내가 잘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했던 것이다.
운전을 하기까지 내가 고민하고 미뤄왔던 과정을 떠올려보니, 너무 사소하고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민하던 그 순간에 나는 진지하고 심각했다. 나의 부족함으로 운전면허학원에 쓰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나의 미숙한 운전실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진중한 그 고민에는 '잘하고 싶은 소망'과 함께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 담겨 있던 것이다. 많이 고민하느라 미루던 나를 탓하기보다는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그 마음을 이제는 인정하고 싶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 아닌 누군들 못하고 싶겠는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잘해서 인정받고 싶지, 못해서 피해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에 너무 큰 댓가를 치러야 한다면 또는 실력이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시작'을 하기까지 너무 많이 망설여야 한다. 그래서 도전은 하고 싶지만 타인에게 피해는 주고 싶지는 않아서 고민하는 마음 따뜻한 이들을 위해 지금보다는 실수에 관대한 사회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누구든 어디에서든 서툰 초심자가 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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