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8. 12:12ㆍ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글Ego 책쓰기프로젝트 36기
4주차 미션
피드백 나누기
이번 미션은 1~3주차 미션보다 긴장되지만 설렌다. 글Ego 책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작가님과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3주에 걸쳐 피드백을 받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재밌었다. 내가 볼 때는 다시 읽어도 잘 안 보이던 것들이 다른 사람이 봐주면 새로운 시선을 알게 된다. 작가도 아닌 내 글을 시간을 내어 읽어주고, 좋은 마음으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피드백 전 참고사항>
- '글쓰기'에 관한 경험을 에세이로 쓰고 있습니다. 아래 문단은 글의 후반부에 나오는 하나의 에피소드입니다. 글의 전반에 걸친 다른 에피소드들과는 느낌이 다른 에피소드라서 많이 요약을 해서 쓰다보니, 다른 사람이 읽기에 에피소드를 이해하는데 불편감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문장이나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좀 더 자세하게 추가되었으면 하는 부분, 또는 잘 쓰여져서 마음에 드는 부분 등에 대해 피드백을 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반이지만, 함께 36기로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 마무리까지 화이팅입니다^^
<피드백 받고 싶은 문단>
글쓰기 모임은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쓰는 곳이었고, 3~4명이 한 조가 되어서 매주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줬다. 피드백은 온라인상에서 댓글로 이루어졌다. 문학 전공자도, 전문 작가도 없는 그 모임은 무분별한 피드백이 오갔다. 심지어 본인은 글도 올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 글에 피드백만 쓰는 사람도 있었다. 근거도 해결책도 없이, ‘내 느낌에 별로다, 내가 보기엔 이해가 안 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와 같은 피드백들이었지만 운영자마저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화가 났다. 그 당시 나라면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말에 의기소침해지고 상처받고 울어야 맞았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서 모니터를 보며 육성으로 화를 냈다.
“뭐라는 거야! 어쩌라고! 지가 쓴 피드백도 횡설수설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만. 설명이나 제대로 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든가! 악!”
초등학생 이후로는 거의 써본 적도 없는 비속어까지 섞어서 화를 내다가 악! 하고 소리까지 질렀다. 그렇게 몇 분을 화를 내고 나니까 갑자기 멍해지면서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는 내가 보였다. 몇 달 간 목이 졸리는 것 같았던 느낌이 사라진 자리에 거친 숨소리가 들렸고, 가슴을 꽉 누르는 것 같던 답답함이 개운했다. 그리고 상쾌함을 채 다 느끼기도 전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 나 화병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신체와 감정이 변화한 이유를 알아낼 힘도 없이 무기력했는데, 그 날 알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억압해 왔던 많은 것들이 내 안에서 쌓여 있었던 거다. 그 날의 분노가 그걸 밖으로 터뜨리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한참을 소리내어 울다가 점차 진정이 되고 나니, 내 글과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다시 보였다. ‘별거 아닌 내용인데 이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마도 주제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글쓰기 모임은 나의 경험, 과거에 대해서 쓰는 글이었다. 나는 그 글에 ‘과거의 나’를 담았다. 그러니 아프지만 애틋하고, 창피하지만 아끼는 그런 글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 별로다’라는 그 피드백으로부터 내 글을, 과거의 나를, 불안했던 어린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내 글을 지키기 위해 했던 분노는 결국 20대 후반의 무기력했던 나도 지켜냈다.
그 뒤로는 화나는 일 없이 필요 없는 피드백은 걸러내고 유용한 피드백은 활용할 수 있었고, 그렇게 그 글쓰기 모임에서 나는 유일하게 끝까지 글을 다 쓴 사람이었다 . 세상에 딱 한 권만 있는 인쇄본이 나왔다. 일기와 에세이의 중간 즈음에 있는 그 글을 쓰던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가끔 책꽂이에 꽂힌 그 책자를 볼 때면 다양한 감정이 든다. 분에 못 이겨서 원룸에서 혼자 소리지르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가도 화내다가 울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웃기기도 하다. 그리고 화나면 터지기 전에 불편하다고 말하고 좋으면 참기보다는 표현하는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많이 억눌러왔나 싶어 씁쓸하다가도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니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었다. 많이 돌아왔다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으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언제 만나도 소녀가 되는 학창시절 친구처럼.
(참고: 글Ego 강남아지트 /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18길 24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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