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문장 쓰기 10주차 - 트레바리 온라인 글쓰기 모임

2021. 5. 25. 08:02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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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트레바리 <씀-눈부신 친구>는 '매일 한 문장 쓰기', '릴레이 소설 쓰기', '책 읽고 주제에 맞춰 독후감 쓰기'를 진행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입니다. 

 

<오늘부터 한 달 간, 혼자 릴레이 소설 쓰기>

5월 3일 월요일 - 달리기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떠올리는 동안,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그녀의 음료가 나왔다. 진동벨을 주고 커피를 받아온 그녀는 햇빛이 은은히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았고, 그녀가 그 자리에 앉자 그녀의 정면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30년 전 우리보다 훨씬 세련됐지만, 그 시절 은희를 많이 닮았다. 은희를 떠올리며 그녀를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중년의 여성이 열심히 달려서 카페로 들어오고 있었다. 카페에 있던 젊은 여성은 달려 들어온 중년의 여성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여기야! 뭐 하러 뛰어와

우리 딸 기다릴까봐 그랬지.”

 

5월 4일 화요일 - 폰

내가 지켜보던 그녀가 은희의 딸이고 다급하게 들어온 여성이 은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왜지? 왜 난 고개를 숙이고 있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피하고 싶었다. 은희랑 난 사이가 좋았잖아? 살다가 가끔 은희가 떠오르면 기분 좋은 추억.. 아 정말 그랬나? 지금 떠올려보면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많았지만, 나는 살면서 은희를 떠올릴 때 마냥 즐거운 기분으로 보고 싶어하진 않았던 것 같다.

 

5월 5일 수요일 - 동네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던 나는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나의 젊음을 보냈던 동네를 떠올렸다. 나는 한 동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 옆동네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걸어서 1시간, 조금 빠르게 달리면 40분 정도면 학교에 갈 수 있는 정도였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이동했지만, 가끔 일찍 준비가 끝난 날은 걸어서 학교로 향했다.

 

5월 6일 목요일 - 달리기(주제가 중복되서 '걷기'로 교체)

그날도 걸어서 내가 학교로 간 드문 날 중 하루였다. 새로 산 원피스와 선물 받은 운동화를 마음껏 뽐내고 싶은 맑은 날씨였다. 오늘은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한 강찬과의 데이트도 있는 날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은희와 주연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즐거워 보였다. 오늘은 둘 사이에 냉랭함 마저 없는 완벽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이 세상에 완벽은 없었다.

친구들을 놀래키기 위해 조심히 다가가던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발걸음을 맞춰야 한다.

그럼 이번에도 우리끼리 가는거지?”

그래, 수경이는 문예창작에 관심도 없잖아.”

걔는 우리 학과 왜 왔나 몰라, 꿈도 없고 맨날 놀러나 다니지.”

그러니까 괜히 열심히 하는 우리까지 힘 빠지잖아.”하긴 그러니까 취업 준비는 우리끼리 계속 하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고 분위기나 흐리지.”

이번 제주도 연수 강사들 다 유명인들이던데?”

 

5월 7일 금요일 - 부모님

이게 지금 무슨 소리지? 잠시 내 머리는 멍해지고, 은희와 주연이 목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려 들렸다. .. 황당했다. 며칠 전, 은희는 나에게 주연이 이야기를 했다. 뭘 해도 반응이 없어서 답답하고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하는 거 짜증난다고. 그보다 더 몇 주 전, 주연이는 나에게 은희 이야기를 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매번 감정 주체 못 하는 거 한심하고 매번 바뀌는 남자친구 이야기 들어주기도 지겹다고.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난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그들도 함께 있으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혼란스럽고 답답하고 슬프고 화나는 그 감정 속에서 나는 발길을 돌렸다.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아니 은희나 주연이를 떠올리면 그 순간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들의 대화에 아는 척하지 않고 내 발길을 돌리던 순간. 그 후로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은희와 주연이와 함께했다. 졸업할 때까지 우리 세 사람은 함께였다. 표면적으로는 단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우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믿지도 않았다. 언제나 함께였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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