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스위치 - 랜선여행 북클럽 <여행하는 소설> 읽기 모임 3주차 미션

2022. 5. 8. 21:30글쓰기 수첩/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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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스위치

랜선여행 북클럽

<여행하는 소설> 읽기 모임

 

이장욱 '절반 이상의 하루오'

1. '절반 이상의 하루오'에서 마음에 들어온 문장을 적어 봅시다.

p.139 하릴없는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목적지들이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에게 목적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목적지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이 떠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떠날 곳과 돌아올 곳이 인간들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

p.142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여행자인 그녀와 나는 이쪽에 있고,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들이 저쪽에 있다. ... 그런데 그 중간에 하루오가 슥 들어와 양쪽의 경계를 흩뜨려 놓는다. 유리 벽 같은 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바깥의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그런 것이다.

p.153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내 뜻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원인과 결과가 마구 뒤섞이는 느낌이었다.

2. 남들이 모르는 나의 모습, 또는 타인이 나에게 갖고 있는 편견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나는 불안이 높다. 어떤 기준으로 불안이 높은 것을 판단하냐고 묻는다면 모른다. 여러 학문에서 말하는 객관적 기준은 무시하고 싶다. 나의 주관적 세계 안에서 나는 내가 불안이 높다고 느낀다. 그런데 간혹 '정말 내가 불안이 높나?' 의구심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난 분명 불안하고 초조하게 한 계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게 못 느꼈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불안이 높은지 의구심을 품는 순간들이 있으면서도 '나는 불안이 높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불안이 오는 그 순간은 갑자기 불이 바람을 타고 확 타오르듯이 순식간에 높아진다. 그럼에도 타인이 잘 모르는 이유는 오랜 시간 불안과 함께 살아오면서 불안을 잠재우는 나만의 방법이 생긴 것 같다. 스스로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더 이상 불안은 두려운 감정이 아니다. 그러니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불안이 높다고 느끼든, 아니라고 느끼든 그냥 그대로 두고 싶다. 그것도 내 모습 중 하나겠지.

 

김애란 '숲속 작은 집'

1. '숲속 작은 집'에서 밑줄을 그은 구절을 공유해주세요.

p.173 모든 게 적절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결국 어떤 공간을 우아하게 만드는 요소는 '낡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시간이 거기 그냥 고이도록 놔둔 집주인의 자신감과 여유가 부러웠다.

p.190 아무리 실용적인 내용이라도 편지에는 얼마간 시간과 정성이 들게 마련이고 그게 발신인과 수신인 사이에 늘 실용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다. 그러니 모국어보다 품이 두 배 이상 드는 쪽지야 말해 무엇 할까.

p.202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뿌듯하기보다 복잡한 감정이 이는지 알 수 없었다. ... 평소에도 여러 번 들은, 눈 깜짝할 사이 폭삭 늙어 버린 엄마가 보낸 '고맙다'는 문자를 보자 이상하게 그 말을 받은 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상대에게 준 무언가를, 아니 오랜 시간 상대가 내게 주었다 생각한 무언가를 도로 빼앗은 기분이 들었다.

2. 누군가의 마음을 오해해서 당황하거나 미안했던 경험이 있나요?

아마도 많은 것이다. 타인이 내 마음을 매순간 이해할 수 없듯이, 나 또한 그러하니까. 부모님, 친척들, 친구들, 교수님, 상사, 동료들... 많은 사람이 떠오르지만 이 글은 여기에 쓰고 싶지 않다.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한 경험도 있고, 서로 오해한 채로 지나가게 두기도 했으니까. 결국 관계 속에서 서로 맞물린 무엇가가 있었을테니까.

대신 가벼운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면 그것도 수없이 많다.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을 사이비 종교 홍보로 오해하고 멈칫하기도 했고 자꾸 내가 좋다고 무언가를 사주는 동료를 나에게 부탁할게 있는거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습관처럼 오해하겠지만, 중요한 건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오해한 것을 알게 된 이후에 사과할 수 있는 정성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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