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글쓰기 12기 <행복을 찾아서> 7차 미션

2022. 5. 4. 21:16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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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글쓰기

테마: 영화 <행복을 찾아서>

2022.04.18(월)~2022.05.13(금)

오늘의 미션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 의미가 추상적으로 담겨 있거나,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는 영화 혹은 소설 한 편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구에게 추천한다는 기분으로 다만, 반드시 반말로 쓰셔야 합니다.

 

안녕, OO아. 오랜만에 쓰는 편지다. 대학 때는 하루만 너를 만나지 않아도 그 다음에 만나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는데, 이제 강제로 고정 약속을 해놓아야 한달에 한번을 겨우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생활반경이 넓어진거겠지? 어떤 의미로든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가 만나는 횟수보다 훨씬 더 많이 너를 생각하고 아끼고 있어. 

며칠 전에도 소설을 읽다가 네 생각(더 정확히는 너와 나에 대한 생각)을 했어. 실은 며칠 전뿐만 아니라, 자주 생각하긴 하지만.. 어쨌든 며칠 전에 읽은 책은 은모든 작가의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였어. 주요 인물인 '경진'의 휴가를 따라 읽으면서 마치 책 속의 인물이 된 것처럼 나도 이 생각, 저 생각 정처없이 하게 됐어.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하는 '상담'이라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었어.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찾아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잖아. 책 속 인물처럼 책임없이 그냥 듣기만 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였어. 그런 의미에서 너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지만,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어.

난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경진'이 겪는 며칠의 휴가를 보며 '삶'에 대해 생각했어. 대부분의 소설이 우리네 삶을 담고 있어서 소설을 읽으며 내 과거를 돌이켜 보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그런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삶'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그래.

나는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하며 살고 싶어. 엄마가 그러는데 어릴 때 나는 낯선 사람에게도 잘 웃고 쉽게 말 거는 아이였대. 그런데 지금의 나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부터 해. '무슨 목적으로 다가오는 걸까? 사이비인가?' 밤에는 더 심해져. '취했나? 나를 해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낯선 사람과의 시작은 설렘보다 걱정이 더 많은 것 같아. 여행지에서도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좋은 관계보다 나쁜 상황을 먼저 그릴 때가 많아. 그럼에도 나는 더 많은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아직 믿어, 그리고 여전히 그 사람들과 편안하게 만나고 소통하고 응원하는 삶을 기대해. 그건 아마도 너처럼 좋은 사람을 친구로 사귄 경험이 있기 때문일거야. 갑자기 휴학을 한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조언하지도 않고, 축하케이크를 사주며 마음껏 놀 때 쓰라고 색연필을 사주는 너처럼 따뜻한 친구를 만나본 경험 덕분에 내가 아닌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믿어. 이렇게 편지를 쓰다보니 문득 나는 너에게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었을까? 반문하게 되네. 너에게도 그런 친구라면 좋겠지만, 설령 아니라고 해도 자책하지는 않을래. 아마 과거의 너에게 그런 친구였거나, 아니면 미래의 너에게라도 그런 친구가 될테니까.

이런게 나에게는 행복인 것 같아.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 마음만큼 나도 좋은 인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설령, 그게 상대방에게 닿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일부를 함께 해준 사람에게 감사할 수 있는 것. 그렇게 작은 일상에 편안한 소통으로 함께 나이들어가는 것. 

편지로 이렇게 쓰니까 정리가 좀 되는데, 실제 삶은 그러지 않는 날도 있겠지? 괜히 투정부려서 서로 서운하게 하는 날도 있을거고,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미울 때도 있을거고, 정신없이 바쁘다가 지쳐 동굴로 들어가버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날들에도 난 진심으로 너를 좋아하고 너의 평안을 바라고 있을거야.

그럼 오늘도 굿나잇,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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