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라이프 -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2018. 3. 21. 07:07글쓰기 수첩/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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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라이프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지음

피터 포브스 사진

이한중 옮김

돌베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읽었다. 핸드메이드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만 살 자신은 없지만, 핸드메이드가 주는 즐거움을 잊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끌렸던 것 같다.

 얼마 전, '타샤 튜터'의 책도 읽었다.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직접 만들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타샤와 윌리엄 코퍼스웨이트(William Coperthwaite)는 닮았다. 윌리엄은 농가에서 살며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가장 신기했던 점은 민속공예 기법과 자급생활 기술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했다는 것이다. 아래 '더보기'는 책에 적힌 윌리엄에 대한 소개이다.

 제목이 한 번에 끌려서 도서관에서 바로 책을 빌렸지만, 책의 초반부에서는 그 내용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삶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는데, 디자인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모르는 분야 또는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설득되기도 하는데, 쉽게 수긍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핸드메이드 라이프'와 관련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만 읽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페이지 더 읽어보았고, 왜 저자가 앞의 이야기들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뒷페이지로 갈수록 더 매력적인 책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그 전통이 시작한 시점에서는 '전통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언제부터 한복이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지금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 것처럼 한복이 일상의 옷이던 시절이 있었다. 집, 옷, 음식, 놀이, 풍습 등 모든 것이 처음부터 전통은 아니었다. 개인과 개인의 주변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경험하며, 이어오던 것들이 전통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의 삶도 내가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내가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고 싶은지, 내가 어떤 사람들과 만나며, 어떤 활동들을 하며 내 삶을 채워갈지는 모두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삶의 디자인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매 해 겨울이 되면 1~2개의 목도리를 직접 만들어서 그 해에 내가 가장 고마웠거나 가장 미안했던 사람에게 선물하곤 한다(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중 한 두 명에게만 선물을 한다). 이 역시 내 삶에 만들어진 작은 디자인이다. 그리고 어쩌면 수백년 뒤에 나의 자손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요즘 목도리를 직접 뜨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우리 집은 매년 겨울이 되면 목도리를 만들어서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해. 그냥 그게 우리집의 전통이야."라고. 

 '핸드메이드 라이프' 책에서 저자 윌리엄은 위에서 말한 내용(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디자인할지)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들을 이야기해준다. 이 책에는 단순히 '핸드메이드'로 삶을 꾸려가는 것 이상으로 작가의 가치관이 잘 담겨져 있다. '핸드메이드' 삶이 주는 장점에 대해 다른 책들보다 포괄적이고, 풍부하게 쓰여져 있다. 직접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훨씬 와닿았던 것 같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삶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면서 살자는 의미가 아니다. 내 삶에 어떤 가치관을 넣을지, 어떤 활동에 많은 시간을 분배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는 의미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삶에 무언가를 내가 직접 만드는 삶을 사는 게, 세상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나부터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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