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위스 8 - 융프라우에서 하얀 세상을 만나다

2018. 3. 1. 07:48여행 일기장/다시,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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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왕복 기차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융프라우 정상에서 있었던 후기이다. 오후에는 날씨가 좋아질 거라는 스위스 일기예보를 믿고 융프라우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우리가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한 1시까지도 날씨는 전혀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차를 타고 왔거나 우리보다 바로 앞선 기차를 타고 왔던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바로 몇 분 뒤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그냥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그냥 내려갈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실내라도 구경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천천히 실내를 구경했다.

 터널처럼 긴 길을 지나가자 점차 반짝이는 예쁜 조형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곳곳에서 스위스의 겨울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대형 스노우볼에서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조형물들이 움직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스노우볼로 팔면 사오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기념품은 없었다.

 융프라우 전망대로 가는 길 중에는 벽화, 미니어처, 조형물,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전망대로 못 본다고 생각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그래서 실내가 잘 꾸며져 있는 것에 매우 감사했다.

 특히, 얼음으로 꾸며진 곳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천장과 바닥, 벽이 모두 얼음이라서 마치 엘사의 얼음 성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우리가 얼음동굴을 걸어갈 때쯤에는 앞뒤로 사람이 한동안 안 보여서 마음껏 사진도 찍고, 얼음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곰과 펭귄 등이 얼음 조각상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만질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은 손을 뻗고 뒷모습으로 찍으니 마치 얼음 곰을 쓰다듬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매우 마음에 든 사진 중 하나이다. 얼음 조각 있는 곳까지 가니까 날씨가 좋지 않아서 울적했던 마음은 전혀 없고, 마냥 신이 났었다.

 하지만! 전망대는 아래 사진처럼... 거의 앞을 볼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모두 몇 발자국 나가지 못하고 다시 실내로 들어왔다. 나와 친구도 눈이라도 밟아보자는 심정으로 나갔지만, 1분도 못 버티고 다시 들어왔다. 1분은 커녕 30초도 나가 있기 힘든 바람과 눈보라였다. 그 몇 초 사이에 내 머리와 옷에는 눈이 한가득 쌓였다.

 전망대 밖으로는 못 나갔지만, 실내는 다 둘러보자는 심정으로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린트(Lindt)초코릿 가게도 구경했다. 그냥 초콜릿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만드는 재료와 과정들을 다양한 조형물로 소개하고 있었다. 별로 관심없던 친구와 달리, 나는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밌었다. 미니어처에 관심이 있는 나는 거기 있는 조형물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린트 초콜릿 가게 입구에는 위 사진 속 벽에 붙은 그림과 같은 엽서를 무료로 나눠준다. 그 엽서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최근에 스위스를 가고 싶다고 하는 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그 친구가 꼭 융프라우에 가서 엽서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융프라우 실내만 구경했는데도 2시간이 지났다. 맑은 경치는 못 봤지만,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7시간 넘게 공복인지라 쿠폰으로 신라면을 받아서 다음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신라면을 먹고 있는데, 기적처럼 햇빛이 보였다!! 추운 곳에서 먹는 신라면은 정말 맛있었지만, 햇빛이 보인 이후로는 모든 게 중요하지 않았아. 오로지 그 경치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만 가득했다.

 위 왼쪽 사진은 신라면을 먹다가 처음 햇빛을 발견한 시점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신라면을 다 먹고 난 후 한없이 맑아진 풍경 사진이다. 하얀 눈과 파란 하늘이 만들어낸 풍경에서 눈을 뗼 수가 없었다. 눈으로 보다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시 눈으로 보며 감탄하다가 사진을 찍는 걸 반복했다. 기다림 뒤에 본 풍경이라서 그런 걸까? 3,474m에서 보는 파란 하늘이라서 그랬을까? 감탄과 흥분과 벅참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풍경을 창문을 통해서만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결국 그린델발트(융프라우에서 인터라켄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다른 마을)을 포기하고, 한 시간 더 융프라우에서 머물기로 했다. 다시 융프라우 전망대로 가서 그 풍경을 실컷 보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한없이 더 있고 싶은 깨끗한 공기와 풍경이었다. 다시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스위스에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했던 두 번째 순간(첫 번째는 인터라켄에서 했던 패러글라이딩)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표 검사를 하고 선물로 받은 린트 초콜릿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던 융프라우에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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