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배지영(사계절)/ 서평

2022. 6. 5. 14:01글쓰기 수첩/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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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지영 지음

사계절 출판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글을 보고 고민없이 바로 신청한 이유는 책의 제목과 표지가 큰 몫을 했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 즉, 책이 가득한 곳에 둘러쌓여서 가끔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여전히 나의 로망이며 종종 갖는 휴식의 방법이다. 이 책을 그런 여유를 가지고 읽고 싶었다.

제목도 끌렸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여전히 나의 로망이다. 업무 중 작성하는 보고서나 독서 중 하는 낙서도 '쓰다'의 기준에 포함된다면 어쩌면 나도 '쓰는 사람'이겠지? 어떤 친구들은 나를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에세이나 소설처럼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고 싶고, 매일 충분한 시간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갈망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책을 펼치고 1장을 읽었을 때는 '글쓰기 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설명하기 어려운 심술이 났다. 나도 대학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더라도 '글쓰기'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으나, 글쓰기 수업은 커녕 동네책방도 적은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는 글쓰기 수업을 밥벌이이자 일상처럼 얘기하는 작가가 부러웠고, 나중에는 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가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언니를 부러워하고 그걸로 부모에게 칭찬받는 걸 시샘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 시샘은 책 속의 어떤 글들을 읽고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각 챕터 뒷부분에 실린 '에세이로 남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는 글들이다. 1장을 읽었을 때는 심술이 쌓이고 쌓여서 책을 대충 읽고 서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4장을 건너뛰고 부록처럼 붙어 있는 '에세이로 남은 일상'만 골라 읽었다. 그런데 난 그 일상에 빠져버렸다. 엄마(작가)와 아이(제규)의 일상이 평범하면서도 귀엽고 정겨워서 마음에 꽂혔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이렇게 매력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2장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전반에 수록된, 작가와 작가가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궁금하게 했고 내 일상을 돌아보게 했다. 작가는 물론이고,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편의 이야기만으로도 그들이 글쓰기에 갖는 애정과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글 밖에 있는 그 사람의 더 많은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또 한켠으로는 이 글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커졌다. 2장에서 3장으로 넘어가면서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는 뭐라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다.'

그게 낙서든, 보고서든, 일기든, SNS 한 줄이든, 독후감이든, 블로그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편지든, 어떤 것에 관한거든 상관없다. 난 그냥 글을 쓰고 싶다. 말로 사람들과 소통하듯이,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은 점점 확고해졌다. 잘 쓰지 않아도 되고, 뭘 쓰든 상관없다. 그게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으니, 처음보는 책 뒷면이 나왔다. 표지만 보고 바로 책을 읽기 시작해서 뒷면은 차마 보지 못했다. 책의 뒷면에 적힌 글을 보니, 작가는 이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알았나보다.

작가는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쓰는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이제 글쓰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쓰는 사람'이 되는데 특별한 이유나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말이다. '쓰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

 

 

 

출판사 '사계절'로부터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을 선물 받아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배지영 작가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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