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문학동네 - 소설 <훌훌> 독후감 / 2022년 5월 이달의 책

2022. 5. 15. 21:53글쓰기 수첩/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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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문학동네 '이달의 책' / 독파 챌린지 참여로 읽은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설 <훌훌>

※ 소감을 중심으로 썼지만 내용의 일부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022년 북클럽 문학동네의 첫번째 책이었고, 독파 챌린지도 참여해보고 싶었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 믿고 읽는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었다. 표지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에게 비추는 햇빛과 그 사람이 내려다보는 도시를 보며 소설의 제목처럼 마음이 훌훌 가벼워졌다. 표지 속 인물이 훌훌 시원하고 가벼운 기분을 느끼게 되는지, 그 기분을 느끼는 시점은 잠깐일지 결말일지 궁금했다. 

소설 <훌훌>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였을까? 퇴근 후 책을 읽기 시작해서 다음 날 출근 전까지 책을 다 읽어버렸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밤 늦게까지 읽다가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잠들었다. 꿈에서 '유리'를 만났고 결국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소설을 마저 읽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유리'의 남은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 요인은 작가의 표현력이라고 확신한다. 이 소설은 흥미를 끌만한 모험이나 판타지적 요소도 없고, '입양가족'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으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익숙한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빠른 시간에 '유리'를 포함한 인물들의 생활에 이입하게 한 것은 명료하고 생생한 감정표현이었다. 

문경민 작가가 쓴 <훌훌>의 감정표현의 문장들은 대체로 짧고 명확하다. 감정과 시련에 피하지 않고 부딪히고 인정하고 고 사과하는 '유리'의 강단있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문장이 길어져도 구구절절 설명하며 억지로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은유적인 설명들이 감정을 더 생생하게 만든다. 감정단어, 은유적 표현, 행동 및 상황묘사가 적절하게 조합된 문장들은 내가 '유리'에게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유리'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같이 마음 아팠고, 그녀의 성장에 함께 행복했다.

p.19
지금이야 그 시절을 돌이켜도 무덤덤하지만 당시에는 제법 힘들었다.
... 괜한 소외감과 괜한 억울함, 괜한 서러움이 마음속 각기 다른 그릇에 담겨 찰랑거렸다.
찰랑거리던 그것들이 조금이라도 넘쳐 주르륵 흘러내리는 날이면 나는 잠깐 돌아버렸다.

p.95
그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 언제 되새겨도 반짝이는 기억이었다.
할아버지의 입에서 맛이 괜찮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내 안에 차올랐던 기쁨과 보람은
쓸쓸한 바다에서 만난 초록빛 작은 섬 같았다.
그날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와 소리 없이 울었다.

소설 <훌훌>의 또 다른 독서포인트는 '음식'이다.

북클럽 문학동네 이달책의 '질문카드'와 독파 챌린지 '미션'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먹는 장면'에 관한 질문이 있다. 음식이 주요 주제는 아니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또는 먹는 과정에서 인물들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받는다. 음식을 먹는 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음식을 선택하고 먹는 과정에서 많은 감정과 취향이 반영된다.

평소 즐겨먹지 않는 음식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먹을 수 있다, 그것도 맛있게.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사준다고 해도 싫어하는 사람과는 먹고 싶지 않다, 먹고 체하느니 안 먹는 게 낫지. 고마운 사람이 집에 놀러 오기로 되어 있으면 조리과정이 귀찮은 요리도 재밌게 할 수 있고 비싼 배달음식을 시켜도 아깝지 않다. 불편한 사람을 초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냥 밥 시간을 피해서 오면 좋겠다, 굳이 함께 밥을 먹고 싶지도 않다.

'유리'가 준비하는 음식에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반영된다. 연우를 챙기고 싶은 마음에 굽는 스팸,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산 아이스크림이 그랬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유리'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제안한 추어탕이 그랬고, 고향숙 선생님이 사준 자장면과 탕수육이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음식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1. 마음에 남은 문장 한 줄
p.233~234 버틴 것은 거기까지였다. ... 압력을 견디지 못한 몸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버렸다.나는 소리를 지르며 울어 버렸다.

2. 『훌훌』에는 무언가를 함께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유리가 처음 끓인 된장찌개'였다.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할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킬 수 밖에 없던 유리를 버티게 한 순간은 된장찌개를 먹고 할아버지가 건넨 무덤덤한 칭찬 한 마디였다고 생각한다.

3. 주인공 유리 외에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인물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유리'를 중심으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유리'가 주변 사람들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나 또한 그들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반부터 마음이 많이 쓰였던 인물은 '연우'였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받은 '연우'가 다시 혼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책을 읽었다.

4. 이 소설을 선물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어떤 마음으로 선물하고 싶은가요?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내가 잠시 '유리'에 이입되어 '유리'의 주변인들에게 위로받은 것처럼 그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을 주면서 얘기하고 싶다. '책 다 읽고 나서 나랑 먹고 싶은 음식 생각해 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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