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의 북클럽, 소설Y클럽 3기 참여 후기 feat. 위저드 베이커리

2022. 4. 10. 22:12글쓰기 수첩/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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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Y클럽 3기 후기

<위저드 베이커리>

 

Mission 1. 책 읽고 독후감 쓰기

십여 년만에 다시 읽은 <위저드 베이커리>를 다시 읽었다.

고등학생 때 야자가 끝난 밤 시간에 이 책을 읽었던 것처럼, 직장인이 된 지금도 퇴근 후 시간에 이 책을 읽었다. 잠시 현실을 벗어나서, 구병모 작가를 통해 위저드베이커리가 있는 소설 속 세상으로 떠나온 것 같았다.

십년이 넘게 지나서 이 책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 때 책을 다 읽은 후에 '위로를 받았다(또는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는 느낌은 분명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2022년에 지금 다시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과거의 나는 위로를 받은거지? 다른 책이랑 착각했나?'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위로보다는 불쾌감과 불안감,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더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겪는 상황이 가혹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특히, '나'가 했던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더 아리게 했다.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p.13) 그렇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p.36) 당신도 이런 거 믿어? 믿지는 않지만 이런 상징이라도 갖고 괴롭혀야 속이라도 시원해질 정도로 나를 증오해?(p.202)'

주인공의 경험과 생각을 엿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지만, 'Y의 경우'와 'N의 경우'까지 모두 다 읽고난 후에 다시 한번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이 책에서 내가 받은 건, 내가 겪는 나쁜 일이 무조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물질과 비물질세계의 작용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는 위로, 그럼에도 나를 위하고 타인을 위하는 방법을 선택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격려였다.

 

Mission 2. 가상 캐스팅

'위저드 베이커리'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나' 역할, 배우 '도경수'>

- 사연있는 듯한 눈빛, 또 다른 때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 여전히 10대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
- 이만하면 연기력 출중한 젊은 배우
- 여리지만 뚝심있어 보이는 느낌
- 무기력, 분노, 눈물, 섬세한 표정변화의 연기가 이미 검증된 배우
- '나'의 내면과 행동변화를 잘 표현해줄 수 있을 것 같음

 

 

 

<'점장' 역할, 배우 '주지훈'>

- 선한 역할, 악한 역할 모두 가능한 얼굴과 연기
-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는 배우
- 마법사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 연기도 잘하는 배우
- 냉정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보호해주는 역할에 어울림
- 절제된 감정연기와 폭발적 연기도 모두 능숙함
- 연기력은 보증된 배우

 

 

 

 

<'파랑새' 역할, 배우 '진지희>

- 발랄하고 따뜻하게 손님들을 맞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
- 똑소리나게 자기주장 잘하고 더불어 딕션도 좋은 편임
- 그래서 노련하게 손님들 잘 상대하는 역할에 어울릴 것 같음
- 필요할 때는 정색하고 칼 같은 연기도 잘함
- 무엇보다도 내가 상상하던 파랑새 이미지와 매우 유사함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인공 '나'의 아버지, 배선생, 무희의 역할은 가상으로도 캐스팅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나'의 가족구성원들도 책의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영화화가 된다면 '나', '점장', '파랑새'를 포함한 세 인물들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좋겠다.

 

Mission 3. 작가에게 보내는 답장(개인 자율 미션)

안녕하세요, 구병모 작가님. <위저드 베이커리>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내고, 30대가 되어 다시 오븐의 문을 연 독자입니다. 이렇게 '소설Y클럽 3기'를 통해서 다시 <위저드 베이커리>에 갈 수 있어서, 그리고 작가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편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아 곱씹다가 이렇게 참지 못하고 혼자만의 답장을 써봅니다. 화석과 생물 사이 어디쯤에 있는 개정판을 펴내주신 덕분에 이렇게 10여 년 전의 친구같은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살다보니, 마음을 가득 울렸던 소설도 다시 읽기가 참 어렵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세상이 있으니,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는 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을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10대에 처음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가님이 만든 세계를 만났고, <네 이웃의 식탁>과 <아가미>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났습니다. 작가님이 쓴 세계에 들어가면 복잡한 감정들로 느끼는 불편감 뒤에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를 받습니다. 작가님의 창작의 시간들 덕분에 그런 감정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작가님도 어디서나 늘 건강히 지내시길 바라며, 청년이 지나 중년이 된 이후에도 독자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2022년, 30대의 어느 봄 날에 드림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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