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문장 쓰기 9주차 - 트레바리 온라인 글쓰기 모임

2021. 5. 24. 07:30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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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트레바리 <씀-눈부신 친구>는 '매일 한 문장 쓰기', '릴레이 소설 쓰기', '책 읽고 주제에 맞춰 독후감 쓰기'를 진행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입니다. 

 

<오늘부터 한 달 간, 혼자 릴레이 소설 쓰기>

4월 26일 월요일 - 소비생활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던 은희는 시인이자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둘 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구심을 포기하면 은희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했다.

소설은 즐거움을 주고 시는 편안함을 줘. 둘 다 내 삶에는 꼭 필요한 감정이고 그래서 난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그래서 은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은 돈은 소설책과 시집을 구입하기 위해 대부분 썼다. 아마 그 소비는 은희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지속하게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4월 27일 화요일 - 예술가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하던 은희는 자신의 모든 감정에 충실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서 캠퍼스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기도 했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서 화가 나면 폭력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희의 연애는 언제나 다이나믹했다. 애인과 싸우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화를 내고 몇 시간 후면 후회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울다가 화해했다. 다시 사이가 좋을 때면 애교가 넘치는 밝은 여인이 되었다. 하지만 감정기복이 큰 애인을 오래 참아줄 수 있는 인내심이 많은 20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은희의 연애는 오래가지 않아 끝났지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작되었다.

 

4월 28일 수요일 - 후회

그런 은희를 보며 후회할 짓 좀 그만하라고 타박하던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긴 생머리에 안경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을 주로 하던 주연이었다

 

4월 29일 목요일 - 정치

같은 문예창작과를 다녔지만, 은희와 달리 주연이는 정치와 역사적인 이슈를 다룬 문학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주연이는 역사와 정치를 다루는 드라마 작가를 꿈꿨지만,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의 작가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나와 은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치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주연은 사건사고에 익숙해서 그런지 일상의 일들에 시니컬한 편이었다. 가끔 웃어도 입꼬리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4월 30일 금요일 - 위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연의 부모님은 오랜 불화로 별거 중이었고 집안의 형편도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연은 언제나 정해진 생활비를 계획적으로 사용했고, 여가시간을 보낼 때도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활동만 했다. 그런 주연에게 동아리 활동은 과소비와 마찬가지였고 연애는 과소비를 넘어선 사치였다. 학교와 기숙사를 왕복하는 반복되는 일상이 주연의 성향이었는지 쪼들리는 지갑 사정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반대되는 성향의 은희와 주연은 종종 우리 세 사람의 사이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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