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즐거움 - 박균호(두리반)

2019. 8. 18. 18:17글쓰기 수첩/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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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의 즐거움

박균호

두리반

한 가지 취미를 오래하다 보면 그 취미와 관련있는 물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하지만 독서, 운동, 만들기 등 무언가를 하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수집 그 자체가 취미일 수 있다. 나도 수집 그 자체를 취미로 갖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 수집 물건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보고만 있어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박균호 작가가 만난 '수집 그 자체'가 취미이자 즐거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취지에 걸맞게 책에는 여러 가지 수집물품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집의 즐거움' 책에 있는 문형식 씨가 수집한 청첩장들

그 중 가장 새롭고 흥미로웠던 건 '청첩장'이다. 청첩장 수집가 문형식 씨는 주변 지인의 청첩장뿐만 아니라, 교류가 전혀 없던 여러 해외의 대사관이나 스포스 선수들과 같은 사람들의 청첩장도 가지고 있다.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내고 청첩장을 받은 것이다. 결혼의 소중함과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던 그는 23살 처음 받은 청첩장부터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처음에는 지폐를 수집했지만, 드물면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청첩장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청첩장에 대한 열정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 결혼식이 아니라면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물건이고 어떤 순간에는 반갑지만, 대다수의 순간에는 부담스럽기도 한 물건이다. 하지만 그런 청첩장을 지인뿐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수고스럽게 편지를 보내서 청첩장을 받는 걸 보면(그것도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집에 대한 문형식 씨의 열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청첩장을 단순한 결혼식 알림장이 아니라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을 기념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청첩장이 달리 보였다. 

'수집의 즐거움' 중에서 '피규어 수집 글과 사진의 일부

그리고 가장 친숙했던 수집품은 '피규어'이다. 카페나 피규어 박물관(?) 같은 곳에서 자주 구경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가 관심 있는 분야여서 그런지 다른 수집물품에 비해서 내용도 조금 더 많은 편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피규어의 종류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의 피규어도 있었다. 나는 피규어를 수집하지는 않지만, 미니어처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많은 종류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해외 사이트를 구매할 수 있는 피규어의 종류는 훨씬 더 다양했다. 내가 직접 다 모으지는 않더라도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작가가 책에서 추천한 카페 몇 곳에 놀러 가봐도 좋을 것 같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수집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서 더 관심있게 봤던 품목은 '스타벅스 텀블러'이다. 송은이 언니와 김숙 언니의 비밀보장을 들으면서 텀블러를 모으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평소 텀블러를 잘 사용하는 편이기도 하고, 찾아보면 예쁜 텀블러는 매우 많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자잘한 물건들만으로도 이사다닐 때 힘들기 때문에 포기했다. 포기했지만, 스타벅스에 가면 가끔 텀블러를 모으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스타벅스는 시즌별로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세계 각국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여행 기념품으로 사서 모으기도 좋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현실화한 사람이 있다. 추형범씨는 처음에는 열쇠고리나 DVD 등을 모으다가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다는 이유로 텀블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Tokyo가 써진 텀블러를 처음 보고는 스타벅스 텀블러의 시티 시리즈(City series)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나는 모으지 않았지만, 그가 모아놓은 텀블러를 보는 것도 재밌었다.

'수집의 즐거움'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수집물품과 그에 담긴 사연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한편으로, 이 책에서는 수집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적혀 있지만, 어떤 분야든 그렇듯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수집가'의 이미지는 작가의 의견이라는 것을 참고하고 읽기를 추천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자신의 수입 안에서 수집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많이 봤지만, 빚을 지거나 지인들과 관계가 깨져가면서 까지 수집을 하는 사람도 보았다. case by case!)

 

'수집의 즐거움' 목차

어른들의 동심을 담은 세계, 피규어

틴토이, 그 투박함에 끌리다

연필, 아날로그적 매력

'야구'의 감동과 역사를 수집하다 (수집가 인터뷰_한국 프로야구 기념품 수집가 이창환)

화폐 유통의 역사를 담은 화폐 수집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부적, 청첩장

우리 문화와 문학의 자양분, 괴담

역사를 담는 그릇, 영상 장비

코카콜라, 그 화려한 디자인에 빠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VS. <드래곤볼>

젊음을 대표하는 아이콘, 농구화

상품을 넘어 문화가 된 스타벅스 텀블러 (수집가 인터뷰_스타벅스 텀블러 수집가 서경애)

만물은 미술의 재료

만년필, 시간을 담는 필기구

추억과 역사를 담은 생활용품, 앤티크 (수집가 인터뷰_뉴욕 앤티크 수집가 케이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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