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문장 쓰기 3주차 - 트레바리 온라인 글쓰기 모임

2021. 3. 19. 07:26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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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트레바리 <씀-눈부신 친구>는 '매일 한 문장 쓰기', '릴레이 소설 쓰기', '책 읽고 주제에 맞춰 독후감 쓰기'를 진행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입니다. 

 

3월 15일 월요일 -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

카페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주연이 질문했고, 친구들은 대답했다.

"글쎄, 12월인데도 별로 춥지 않은 걸 보니 안 올 것 같은데"
"아~ 안 오면 좋겠어. 운전 힘들어"
"그래. 길만 더러워지지"
"어휴 지하철이랑 버스 탈 때 미끄러운 것도 질색!"

질문을 할 때 주연은 별 생각없었다. 아니, 별 생각 없는 듯 했지만, 실은 작은 설렘이 있었다. 그녀에게 여전히 눈은 낭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나니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기분이었다. 친구들의 대답은 '사실'에 가까웠고, 자신의 질문은 '터무니없는 소망' 같았다. 하지만 주연은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다시 말했다.

"그래도 난 눈이 오면 좋겠어. 눈이 오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그걸 보는 어른들도 미소짓게 되잖아. 학교와 직장에서는 천천히 와도 된다고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도 묻고."

주연의 말을 듣던 친구들도 미소가 지어졌다. 눈과 함께 좋았던 저마다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네, 올해 크리스마스는 눈이 와도 좋겠다."

 

3월 16일 화요일 - 폭력

인간의 뇌는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 폭력을 모두 생명의 위협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신체적 폭력의 위험성에 비해 언어적 폭력의 위험성은 간과한다. 아마도 신체적 폭력에 비해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언어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도 되돌아본다.

 

3월 17일 수요일 - 봄

안녕? 오랜만이야. 이곳에 꽃이 피길 시작하는게 봄이 왔나봐. 너는 여기를 기억할까? 벌써 이곳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추억을 새기지는 않았니? 난.. 이곳에 혼자만 와. 너와 함께한 추억이 흐려질까봐. 그리고.. 혹시라도 너를 만날 수 있을까봐. 이곳에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데 너의 향기도 나는 것만 같..아...

"어? 안녕"

아, 오늘은 진짜 너구나!

"으응.. 안녕"

 

3월 18일 목요일 - 지구

(※ 어제 '봄'을 주제로 쓴 글에 이어 써 봤어요)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너가 나에게 말을 건다. 추억 속의 너가 아니고, 상상 속의 너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네가 나에게 말을 건다. 20살에 처음 고백을 받은 그 순간처럼 설레고, 23살에 이별을 통보받던 그 순간처럼 쓰라린다.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나보다 더 복잡한 심정인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눈앞에 너는 더 또렷해진다.

"응. 오랜만이야." 

 

3월 19일 금요일 - 여름

(※ 어제 '지구'를 주제로 쓴 글에 이어 써 봤어요)

너랑 매년 행복했던 봄과 달리,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헤어졌다. 우리가 헤어진 이후로 5년동안 봄이 되면 너와의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너랑 만난 이 봄에, 이 순간에는 왜 헤어지던 그 날의 여름이 생각날까?

너를 만난 이 순간 또렷해졌다. 그동안 나는 너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던 순간의 나를, 순수하고 열정적이던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나보다.

"그래, 그럼 잘지내. 안녕."

머뭇거리는 널 뒤로 하고, 진짜 내 마음을 찾기 위해 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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