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글쓰기 모임 23일차 - 매일 쓰는 사람

2021. 2. 11. 22:40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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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화 Day23. 여행 주제로 20분 글쓰기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이동영 지음, 경향BP

<오늘의 분량> Day23. 여행 주제로 20분 글쓰기

<쓰기 미션> '여행' 주제로 글쓰고, '퇴고' 과정을 거쳐 글 발행하기

당신을 위한 여행

당신, 잘 지내시나요? 오늘 당신의 소중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준비해 온 이별이라고 해도 이별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친구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믿음으로, 너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안부를 묻는 내게 '괜찮다'고 답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최근 당신과 함께한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판다(Panda)를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처음으로 내가 먼저 계획한 당신과의 여행. 준비할 것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숙소를 예약하고 에버랜드 티켓을 예약하며 조금 설렜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는 동안 당신에게 받기만 했던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설렘이었던 것 같아요. 여행 준비를 하며 당신이 내게 물었죠.

"회비는 얼마나 내? 나 뭐 챙겨가야 해?"

그런 당신에게 내가 대답했죠.

"회비 없어. 우리가 다 할거야. 엄마를 위한 여행이야. 엄마 개인 물건 외에는 챙길 것도 없어요."

그 말을 하면서 당신이 30년 간 키운 내가 이제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여행의 첫 날 아침. 내가 차린 소박한 아침식사, 내가 준비한 커피, 당신을 위해 구입한 간식. 내가 고등학생 때까지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당신이 내게 해준 일상이었지만, 난 이제 그 소소한 보답을 시작하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툴지만 나의 정성에 당신이 즐거웠을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긴 시간 드라이브 후에 도착한 숙소는 내 생각보다 예쁘고 깔끔한 곳이라서 다행이었습니다.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 때문에 걱정을 했었거든요. 다행히 깨끗하고 낭만적인 숙소를 좋아하는 당신을 보며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에버랜드에 갔죠. 줄을 서 있는 내내 당신이 좋아할지, 다리가 아프지는 않을지, 너무 춥지는 않은지, 판다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아쉬워하면 어쩌지... 계속 당신 생각이었습니다. 오전 10시 에버랜드의 문이 열리고, 맨 처음 들어가자마자 어플을 켜서 팬더월드를 예약했습니다. 다행히 10시20분 타임에 우리 모두 들어갈 수 있었죠. 그때부터 한시름 놓이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평생을 좋아하는 그 판다를 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죠. 

게다가 그 날 우리는 운수대통이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우리를 위해서인지 새로운 아기판다 푸바오와 푸바오의 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 그리고 또 다른 판다식구인 레시와 레몬까지 모두 다채로운 움직임과 포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판다월드에 들어가서 내내 판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좋아하는 당신을 보며 저도 즐거워졌어요. 그런 당신을 보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함께 청두에 더 많은 판다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네요. 놀이기구는 별로 타지 않았지만, 판다를 보고 사진도 찍고 기념품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여행이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렇게 당신을 위해 여행을 준비했어도 여전히 나는 딸이고, 당신은 엄마인가 봅니다. 당신은 그 좋아하는 판다를 보면서도 내 아픈 발바닥을 걱정했고, 내 짐을 당신이 들고 가려고 했고, 당신 기념품은 고민하면서도 내 기념품을 선뜻 사주겠다고 하였으니까요.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속상하면서도 행복했어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던 그 날의 여행을 생각하다 보니, 우리에게 이런 추억이 조금 더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당신이 언젠가 먼 훗날, 오늘 떠난 당신의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우리 함께 서로를 위한 여행을 다녀요. 살아있는 동안 당신이 즐거운 날들을 더 많이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나중에 혼자 남은 내가 당신과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도록. 우리 그렇게 서로를 위한 여행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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