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럽 - 일주일 프랑스여행 동안 쓴 일기 / 파리여행

2023. 1. 13. 14:53여행 일기장/처음,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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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유럽 - 프랑스여행

Paris in France

2014.02.08(토) ~ 02.15(토)

 


2014년 2월 8일 토요일 / 파리여행 1일차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하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얼스코트역으로 가기 위해 74번 버스를 탔다. (중략) 처음으로 타 본 유로스타는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없었지만, 런던에서 파리까지 단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런던에서 한 출국심사(입국심사 같기도 했다)도 무사히 마쳤고 파리 북역에서 숙소까지도 별탈 없이 도착했다. 우리가 소매치기 걱정에 예민해 있기도 했지만 파리 지하철은 런던보다 훨씬 정신없고 산만해 보였다. 뭔가 거친 느낌이었지만 이것도 금방 적응될 것이다. (중략)
숙소에 돌아와서는 정말 기진맥진이었다. (중략) 오늘은 숙소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찾다보니 근처에 pedra alta라는 포르투갈식 맛집 체인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열심히 찾아가봤다. 조금 헤매다가 도착했는데 뭔가 영업보다는 정리하고 있는 분위기에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용기를 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불어가 되지 않았고 가게 직원분들은 한국어가 되지 않았지만, 서로 아는 영어 단어를 최대한 이용해서 이 가게는 6시반부터 저녁 영업을 시작한다는 의사소통을 해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일단 외국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내 모습에 나도 매일 놀라고 신기하다. (중략)
처음 먹고 싶었던 다양한 해물요리는 너무 비싸서 먹지 못했지만 무지 맛있어 보이는 소고기 요리를 주문했는데, 살면서 먹어본 스테이크 중 가장 맛있어서 먹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다. (중략) 파리에 와서 포르투갈식 맛집에 반하며 기분 좋게 파리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2014년 2월 9일 일요일 / 파리여행 2일차
(상략) 먼저 사요궁으로 향해서(다행히 베르사유에 가기 위해 환승해야 하는 역 앞에 사요궁이 있어서 일정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에펠탑을 보기로 했다. Trocadero 역에서 내려 한 개의 건물을 지났더니 뒤에 펼쳐지는 에펠탑의 전경은 역광이었음에도 탄성을 자아냈다. 유럽여행 경비를 모으는게 벅차게 느껴질 때면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며 각오를 다잡곤 했다. 그 핸드폰 배경화면에 있던 바로 그 에펠탑이었다. 뻥 뚫린 경치에 맑은 하늘 가울데 탁 트이게 보이는 에펠탑은 저절로 상쾌한 기분을 만들었다.
(중략) 베르사유는 외관만으로도 화려하고 넓어서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 건물과 장식에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금박 장식과 디테일한 조각들 모두 프랑스 왕정의 품위와 동시에 사치를 담고 있다는 생각에 다양한 감정이 오갔다. (중략) 베르사유는 입장권을 사면 오디오가이드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한국어도 있어서 우리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의 명성이 필요함을 이번 여행에 자주 느끼고 있다. (중략) 루이16세 이후로 궁전이 비면서 궁전 안의 물건들이 세계 곳곳에 팔려 나가서 갖춰진 가구들이 많지 않다고 오디오가이드에서는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전 안은 웅장하고 고귀한 멋이 살아있었다. (하략)

 


2014년 2월 10일 월요일 / 파리여행 3일차
(상략) 그리고 몽마르뜨르(불어에서는 r이 ㅎ으로 발음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행계획 세울 때는 몽마르뜨르 라고 불렀는데, 파리에 와보니 다들 몽마흐뜨흐 라고 불렀다)로 향했다. 아베스(?) 역ㅇ에 내려서 둘러보는데 도대체 샤크레 쾨르 성당은 어디에 있나요? 몇 번의 질문 시도가 실패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어림잡아 가보았더니 역에서 나와 왼쪽 골목으로 두블럭 더 가니 샤크레 쾨르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리프트가 보였다. 리프트는 나비고카드로 이용 가능해서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올라갔더니, 경치가 정말 멋있었다. 맑은 하늘과 함께 보이는 파리의 시내가 확 트여 기분이 상쾌해졌다. 더군다나 매우 뛰어난 대칭구조를 이룬 성당의 모습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중략)
그리고는 Le Consulat라는 식당을 찾아가다가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는 데트르트 광장을 발견하였다. 정말 예쁜 그림도 많았고 초상화도 그리고 싶었지만 가격에 고민하다가 눈으로만 간직했다. (중략) 치즈 듬뿍 있는 토마토스파게티와 프랑스 전통음식인 magret de canard(마그레 드 꺄나흐 라는 오리가슴살 요리인데 original France라는 메뉴판에 적힌 글자를 보고 전통음식이라고 추측했다)도 정말 맛있었다. (중략)
해질녘 쯤에 바토무슈 승선장이 있는 Alma Marceau 역에 도착했는데 노을을 배경으로 하는 에펠탑이 너무 멋있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야경은 정말 멋있었고, 특히 에펠탑 야경은 거리마다 다른 느낌을 줘서 더 좋았다. 카메라에는 내가 눈으로 직접 본 야경만큼 멋있게는 담을 수 없었지만 오늘의 바람과 상쾌함, 기분 좋은 안정감과 설렘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2014년 2월 11일 화요일 / 파리여행 4일차
(상략) 다행히 24번 버스가 나비고로 이용 가능한 일반버스라서 오르세미술관 앞까지 버스로 편하게 도착했다. 한국인은 많았지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없어서 어제 미리 핸드폰에 다운받아 놓은 오디오 가이드 투어로 오르세 미술관 관람을 시작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아는 유명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그림은 모네의 작품들이다. 모네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그의 그림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르세미술관에서 내 눈과 마음을 가장 사로 잡은 건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이었다. 오디오가이드에 있는 작품들을 찾아 다니며 한참 보고 있다가 문득 시선이 가서 본 그림이었다. 그냥 어두컴컴한 미술관이었는데 그 그림을 보니 여기가 언덕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멍하니 빠졌다. 완전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행히 오디오가이드에 있어서 설명을 들으니 더 빠져들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여인에게 꽃, 풀밭 등의 색이 햇빛에 비춰 색깔이 보이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더 설명을 듣다보니, 모네는 원래 물체에는 고유의 색이 없고 빛의 양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믿는 화가였다. 그 말을 전적으로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및의 양이 물체 고유의 색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동의했다. 그리고 그걸 강조한 모네의 그림들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우아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내셔널갤러리에서도 그랬는데 나는 차분한 느낌, 부드럽고 안정된 분위기의 그림에 주로 끌리는  것 같다. (하략)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 파리여행 5일차

정말 생뚱 맞게 공유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 말도 안 되게 생생했지만 덕분에 1시간 더 푹 자고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엘사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허겁지겁 준비하고 샹젤리제 대로에 있는 디즈니 스토어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곳에도 엘사인형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루브르는 봐야 했기에 디즈니스토어에서 나와 루브르로 갔다. (중략) 

처음 잠깐은 오디오가이드를 따라서 작품을 감상하기 수월했지만 '니케' 조각이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결국 티켓을 사고 입장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H와 흩어졌고, 11시반부터 4시반까지 혼자서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중략) 그렇게 30여 개의 작품을 찾아 설명을 듣고 감상하였다. 그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다른 작품들보다 역시나 사람이 많이 몰려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모나리자가 왜 그렇게까지 유명한지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작품을 보면서 간단한 설명을 들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중략)

각각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익하고 즐거웠지만 이미 다녀온 다른 박물관에서 본 작품들과 set인 작품들을 보면 더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과 박물관에 다니는 듯하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개인적으로는 조각보다는 미술작품이 더 흥미롭고 신기했다. 그 시대의 역사나 환경, 작가의 사상과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가 미술작품을 또 다른 매력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하략)

 


2014년 2월 13일 목요일 / 파리여행 6일차

(상략) 처음 간 곳은 가장 명품 마카롱 가게인 피에르에르메이다. 비가 꽤 왔지만 너무나도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들!! 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라즈베리가 들어있는 큰 마카롱(이스피한)을 구입했다. 이걸 하루종일 들고 다니느라 조금 귀찮았는데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서 마카롱을 먹으면서는 정말 맛있어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파한을 사서 뤽상부르 공원을 갔는데 길은 찾기 쉬웠지만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지금까지 유럽여행 하면서 가장 비가 많이 왔던 것 같다. (중략)

다행히 소나기였는지 금방 날이 맑아졌다. 그래서 뤽상부르 궁 쪽으로 다시 갔는데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있었다. 비가 올 때의 풀은 짙은 녹색이었는데 맑아진 후에 연두색이 되어있었다. 회색이던 하늘과 정원의 연못은 후른 하늘색이 되어 있었다. 모네가 물체에는 고유의 색이 없고 빛의 양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진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체에 형태는 고유하듯 사람에게도 본래의 모습은 있지만, 한 사람에게 대하는 다른 사람의 태도와 타인의 시선에 따라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태도와 시선에 따라 실제 한 사람을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흐린 날과 맑은 날의 뤽상부르 궁과 정원의 모습에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하략)




2014년 2월 14일 금요일 / 파리여행 7일차

(상략) 샹젤리제 대로에서는 생각보다 갈 곳이 많았다. 그리고 우연히 그냥 구경차 들어갔던 프랑스 로드샵에서 향히 산뜻하고 가벼우면서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수를 발견했다. 심지어 40% 할인 중이고 50ml를 사면 샤워젤이 free여서 홀린듯 샀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H가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향수가 있다고 했던 가게가 있었는데 우리가 산 향수가 바로 그 향수라서 신기했다. 충동적이긴 했지만 대만족인 소비였다. (중략)

숙소로 돌아왔다가 저녁거리를 사러 또 바베큐를 사러 갔다. 이번에는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알아본 것 같았다. 처음보다 더 능숙하게 의사소통을 해서 빠르게 구입할 수 있었다. (중략)

이제 파리를 떠나간다. 파리가 소매치기가 많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지만 있는 동안은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런던에서는 그나마 영어로 대충 말이 통했는데 불어로는 사람들과 기본적인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불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맛있는 음식도, 멋진 노년 부부도, 좋은 사람들도,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많았던 이 곳에 꼭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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