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옷장 - 박진영, 신하나(창비) / 서평

2022. 5. 10. 22:02글쓰기 수첩/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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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 신하나 지음

창비 출판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창비스위치(출판사 창비에서 운영하는 독서플랫폼)에 '클럽 창작과비평 제7장'에 클러버로 참여하면서 알게 된 책이다.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는 다양한 주제의 글이 포함되어 있지만 2022년 봄호에는 특집 글 때문인지, 에코미션 때문인지 '기후위기'와 '환경보호'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에코미션과 함께, 4월에 나온 신간 <지구를 살리는 옷장> 서평단 모집도 이루어져서 바로 지원했다. 

아직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부끄럽다. 'Less Waste'를 생각하면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Zero Waste'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신이 없어서 멈칫거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책방에 가서 환경보호에 관한 책을 한참을 보다가도 설명하기 어려운 죄책감을 느끼며 책을 내려놓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옷장'이라고 제한하니까 내 생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해 당장 내 생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호기심으로 읽었던 책으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가 있다.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나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자발적 동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마음으로 하나씩 실천하다가 습관이 된 것 중에 WWF 기부, 샴푸바/린스바 사용, 생분해 성분의 치실/칫솔 사용, (되도록)텀블러 사용 등이 있다. '옷장'의 변화도 새롭게 추가할 수 있는 습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둘째, '옷장'이라는 부분이 특히 끌린 이유는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도 한몫했다. 한국의 아파트에는 대부분 옷 수거함이 있어서 사람들은 옷은 재활용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그 다큐에서는 수거함에 쌓인 많은 옷들은 실상 재활용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재활용이 됐다고 생각한 옷들도 개발이 덜 된 아프리카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방치되고 있었다. 내가 흔히 보고 쉽게 사던 옷들은 더이상 의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쓰레기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옷 사는 걸 줄이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구를 살리는 옷장>이라는 제목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크기의 책을 보니,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초심자가 읽기에 부담 없어 보여 반가웠다.

책은 친구이자 동업자인 두 사람이 함께 썼다. 책의 시작은 두 사람의 비건을 실천하게 된 배경이 되는 경험에 대해 짧게 기록해져있다. 나는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 또는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일부 작가들과 비슷한 생각(환경과 관련해서)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이 나와 작가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패스트 패션의 출현으로 달라진 사람들의 소비습관과 이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짧지만 명쾌한 지식들로 알려준다. 또한 환경보호와 패션계의 변화를 위한 특정 단체들의 노력, 생산자로서 패션기업들의 변화,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지식들에 대해 차근차근 쉽게 알려준다.

그중에는 내가 봤던 환경과 옷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내용들도 적혀있었다.

p.60 옷을 버리느니 어딘가에 기부해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진 저가 의류 중에는 재사용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우리가 기부하는 옷의 겨우 10퍼센트 정도만이 재사용되며, 처리가 곤란한 엄청난 양의 옷이 저개발국가로 보내진다.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를 수출하는 셈이다.

그리고 책의 곳곳에는 패스트 패션으로 일어나는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세와 대안책에서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p.63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잘 사용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덜 사는 것이다. 새로운 물건을 사기 전에 처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기억하고 그 물건의 마지막을 미리 상상해보면다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께가 얇은 책이지만 유용한 정보가 많다고 생각한 또 다른 부분이 '부록'이다. 책의 중간에 적혀 있는 '부록'에는 패션 소재 분류, 퍼프리 선언 패션브랜드, 이그조틱 가죽사용을 중단한 브랜드, G7 협약에 서명한 브랜드, 옷과 환경을 살리는 세탁방법,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가이드가 적혀 있어서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충격만 받을 게 아니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니, 책방에서 환경에 관한 책을 보고 뭔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환경보호는 최근 관심분야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부담감은 '가벼운 관심이나 흥미만으로 환경보호라는 중요한 주제를 대해도 되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소비가 실천이 되려면')에서 이 생각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일부만 기록해보고자 한다.

p.156 실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끝없이 검열하며 스스로를 압박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라도 실천하는 이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p.157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예리한 지적보다는 작고 담담한 실천일 것이다. ... 또 노력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무력감이 느껴질 때는 이미 내가 변했다는 사실, 세상 속에서 나만큼의 변화를 내가 이루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나의 세계이고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시 나처럼 작은 실천부터 환경보호를 시작하고 싶지만 주변의 시선 또는 내 안의 엄격한 잣대 때문에 고민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부터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만큼의 작은 변화'를 위해 오늘부터는 닳거나 훼손되어 옷을 버리게 될 때만 새 옷을 사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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