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슬로베니아(Dear Slovenia) - 김이듬(로고폴리스)

2019. 11. 11. 07:33글쓰기 수첩/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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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lovenia

디어 슬로베니아

김이듬

로고폴리스

 

슬로베니아는 스위스처럼 유럽 대륙의 대지 면적이 큰 나라들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이다. 유명한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나오는 곳이기도 하고, 최근 드라마에서 로맨틱한 배경으로 알게 된 곳이기도 하다. 

슬로베니아를 배경으로 쓴 여행에세이인 이 책의 제목은 Dear Slovenia(디어 슬로베니아)이다. Dear는 편지의 보내는 사람에게 To 대신 사용되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소중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리고 Slovenia라는 나라의 이름에는 love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명만 들어도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책의 표지에 '다정한 사랑을 닮은 나라'라는 말에 공감이 됐다. 아직 슬로베니아는 가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고 싶은 나라이다. 그래서 제목과 간단한 책 소개만 봐도 나와 비슷하게 슬로베니아를 생각하고 있는 작가가 미리 다녀온 슬로베니아 여행기를 듣고 싶었다. 

이 책은 작가가 90일 정도 슬로베니아에 머물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책의 내용들은 Dear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함은 없었지만, Dear라는 단어가 주는 또 다른 의미인 익숙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은 아니지만, 슬로베니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꽤 긴 기간동안 머물며 쓴 책이다 보니 슬로베니아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유명한 맛집 소개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식당과 카페를 추천하고 있다. 또 관광지의 입장시간이나 입장료가 세세하게 적혀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글을 따라서 슬로베니아를 천천히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마치 조용한 가이드가 옆에서 '난 슬로베니아에 처음 왔을 때 이런 걸 경험했어.'라고 차분히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으면 더 슬로베니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읽을 때는 슬로베니아의 지명과 문화, 역사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는 걸로 만족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슬로베니아의 지명들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상상을 펼치게 되었다. 한 컷의 사진 옆에 있는 풍경을 작가의 글로 상상해보게 된다. (사진이 더 많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내가 슬로베니아를 여행간다면 김이듬 작가보다는 훨씬 짧은 기간 머무는 여행일 것이다. 그러니 작가와는 또 다른 나만의 여행을 하겠지만, 작가가 갔던 곳 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작가의 글을 빌려서 그 곳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책 '디어 슬로베니아'에 첨부된 피란 전경 사진

- 피란: 류블랴나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반쯤 달려가면 피란에 도착한다. ... 조용한 피란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광장이었다. 피란 태생의 유명한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주세페 타르티니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아르티니 광장에서 나는 아드리아 해안과 연결된 바다와 바로크풍 베네치아풍의 절묘한 건물들을 놀란 눈으로 다시 둘러보았다. 내 운동화가 저절로 다시 언덕을 올라가 해발 289미터의 바레토베츠 프리 파드니에 도착해 있었다. 그곳은 피란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을 잡아끄는 피란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책 '디어 슬로베니아'에 첨부된 블레드 호수 사진

- 블레드 호수, 보힌 호수: 블레드 호수는 슬로베니아의 눈동자다. ... 류블랴나 중앙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한 시간 이십 분 만에 블레드에 갈 수 있다. ... 블레드 호수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웅장한 율리안 알프스에 둘러싸인 맑은 호수의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 물가에 앉아 무릎을 한 시간쯤 움직이지 않았다. ... 블레드 호수의 둘레는 7킬로미터쯤 되는데 한 번쯤 홀로 천천히 걸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두 시간 반 정도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 블레드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서 블레드 호수 상류에 있는 보힌 호수도 들러보길 바란다. '보힌'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신이 숨겨놓은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보힌 호수까지는 아쉽게도 대중교통이 없다. ... 블레드 호수와 보힌 호수 사이의 작은 도로변에는 예쁘고 자그마한 숙소들이 있다. 2천5백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사는 오래된 산속 마을에서 다소 불편하고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하루쯤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 별을 보다가 잠이 들고 다음 날 산 능선을 따라 햇살을 이고 걸어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일요일의 골동품 시장: 골동품을 파는 사람들은 일요일 오전 일찍 좌판을 벌이고 정오경에는 철수한다. 류블랴나 트로모스토비에 다리에서 시청사 쪽으로 가는 거리에서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전통 의상과 주방 용품, 소소한 장식품, 낡은 사진과 중고 서적, 음반 등을 판다. ...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노천시장이 선다. 강변을 끼고 두 군데에서 열리는데 유기농 빵과 잼, 치즈, 과일, 채소 등 유기 농산물이 주종을 이루는 곳과 비교적 저렴한 의류와 잡화를 파는 곳으로 나뉜다.

 

책의 마지막 이야기는 작가가 슬로베니아를 떠나기 며칠 전의 일화이다. 슬로베니아에서의 일상을 정리하고, 아버지처럼 여기는 분이 보낸 '지금 어디 있니'라는 문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끝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헬조선으로 에두르지 않고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다시 쫓기듯 살지는 않겠다. 슬로베니아가 어렴풋이 나에게 준 반항일까? 나는 최대한 자유롭게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가겠다."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가 이 말처럼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리고 싶다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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