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글쓰기 12기 <행복을 찾아서> 1차 미션

2022. 4. 18. 22:14글쓰기 수첩/글쓰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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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글쓰기 12기

테마: 영화 <행복을 찾아서>

2022.04.18(월) ~ 2022.05.13(금)

 

내 지갑에 단 돈 팔천 원뿐이라면?

요즘 내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지갑도 들고 들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축의금으로 받았던 상품권으로 백화점에서 산 지갑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간 것은 지난 1년 동안 손에 꼽는다. 그래서 내 지갑에 돈이 없다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직장인이 된 이후로 돈은 카드에 잠시 들렀다가 빠져 나가니까. 하지만 지갑에 있는 지폐의 종류와 숫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이다. 급식비를 우선 지원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난했고, 돈으로 싸우고 우는 부모님을 보며 자라고 있는 청소년이었다. 그때 나에게 지갑에 돈이 남아있느냐, 아니냐는 생활의 많은 것을 바꾸는 일이었다. 지갑에 돈이 있다는 것은 친구의 생일선물을 살 수 있고, 주말에 친구들과 코인노래방에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문구류를 살 수 있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더 달라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내 지갑에 돈이 팔천 원뿐이라는 것은 곧 돈이 없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건 나에게 매점에 가자는 친구들에게, 주말에 놀러 가자는 친구들에게, 돈이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에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치보다가 용돈이 부족하다는 말을 꺼내거나, 그 말을 하지 못해서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서 부모님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러니까 청소년 시기 나에게 지갑에 돈이 팔천 원뿐이라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 증폭되는 일이었다.

그랬던 청소년은 이제 고정지출비용만으로 80만원이 카드에서 사라져도 개의치 않는 어른이 되었다. 카드에 팔천 원이 남는다면 월급날까지 직장에서 버텨야 할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팔천 원이 사라진 뒤의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는 팔천 원으로 좋아하는 친구와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를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된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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