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그리기/유화색칠하기 set - 런던 하트/토토로/UP(풍선집)/해변가 마을 풍경

2017. 9. 10. 01:51핸드메이드 기록장/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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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화 색칠하기(유화 그리기) 세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작년 겨울이다. 검색 사이트(naver나 daum 등)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화그리기, 유화그리기 세트'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유화 그리기'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색칠하는 활동이다. 이 세트 상품에는 물감과 붓 그리고 이미 스케치가 되어 있는 그림이 들어 있다. 그 그림에는 번호가 적혀 있는데, 그림에 있는 번호와 같은 번호가 적힌 물감을 색칠하기만 하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소요해야 한다. 대신 퍼즐처럼 정성을 쏟은 만큼 멋진 작품이 나온다. 유화 색칠하기를 처음 할 때는 '응? 이게 뭐지? 이 하얀 스케치가 이 그림(예시그림)이 나온다고?'라는 의심을 품으며 색칠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것에 대해 무지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간 중간 의심을 품고 그리다가 그림 면적의 2/3 이상을 색칠하면 점점 신뢰가 생기고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림이 거의 완성될 때 즈음에는 '오늘은 꼭 완성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날 더 무리를 한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색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한창 컬러링북이 유행을 했고 여전히 많은 컬러링북을 서점에서 판매하는데, 그 컬러링북은 주로 펜이나 색연필 등을 이용해서 색칠을 한다. 반면, 유화 그리기(유화 색칠하기)는 주로 물감을 통해 색칠을 하고 대체로 컬러링북보다 크기가 크고(컬러링북과 비슷한 크기도 있음), 하나의 액자식 작품이 나온다.

 내가 유화 그리기 세트를 처음 알게 된 후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구입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물건이 있지 않나? 갖고는 싶은데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서 wish list에만 넣어놓는 물건들. 난 그런 물건들이 꽤 많다. 어쨌든 유화 그리기 세트도 그 중 하나였는데, 올 해 초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신년회를 하면서 오랜만에 마니또 게임을 했다. (번외로 우리가 다닌 학교는 매 해 4월이면 학급 내에서 마니또를 뽑아서 2주 동안 그 마니또를 남몰래 도와주거나 소소한 선물을 했었다. 그 추억을 되살려서 졸업을 한 이후에도 가끔 마니또를 하곤 한다.) 미리 사다리타기로 마니또를 뽑은 후(우리는 5명이라서, 세 번을 다시 사다리타기를 한 후에서야 마니또를 정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단톡방에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 후보를 3개씩 적었다. 형평성을 위해 선물 금액대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였다. 그냥 우리끼리 대놓고 선물 주고 받는 거지만, 한 번 하고 나면 재밌기도 하고 연초부터 훈훈해진다. 어쨌든 그 과정을 통해 유화 그리기 세트를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런던 하트'와 '토토로' 세트였다.

 '런던 하트'가 작아서 먼저 색칠했는데, 이게 만만하게 봤다가 삐뚤빼뚤한 작품을 갖게 됐다. 오히려 '런던 하트'는 배경이 단색이고, 그림이 작아서 조금만 틀렸도 티가 많이 난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4개의 유화 작품 중에 가장 단시간에 완성했지만, 가장 엉성한 티가 많이 나는 작품이다. 비록 삐뚤빼뚤하게 색칠을 했지만, 런던의 특징이 살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꽤 예쁘다. 그렇게 나의 유화 색칠하기 첫 번째 작품은 조금은 엉성해도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두 번째로 색칠한 건 '토토로'이다. 토토로와 메이의 눈빛이 너무나도 예뻤던 작품이다. 예전에 토토로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몇 개의 장면만 생각날 뿐 스토리 전체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토토로 물건을 만나면 뭔지 모르게 반갑다. 캐릭터 자체가 순해 보이고, 편안해 보인다. 이번 유화 세트를 고른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순수한 토토로와 메이의 눈빛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평화로워졌다. 앞에 했던 런던하트에 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크기도 크고, 색깔 종류도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런던하트 그림을 색칠할 때는 과정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긴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 만큼 과정 사진도 찍어보았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그림이었다. 평소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은다. 요즘 머리가 복잡하면 이 그림을 보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렇게 토토로를 다 색칠하고 난 뒤, 유화로 더 그림을 색칠하고 싶어서 세 개의 세트를 더 구입했다. 세 개 사면 하나를 사은품으로 줬는데, 예쁜 천사 그림이 사은품으로 왔다. 예쁘긴 했지만, 내가 고른 3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화 색칠하기를 하고 싶어 했던 친구에게 선물을 했다. (그 친구도 얼마 전에 그 천사 그림을 예쁘게 완성했다) 그리고 내가 고른 3개는 '풍선 집 그림(애니메이션 UP의 한 장면)'과 '평화로운 해변가 마을 그림'과 '요정이 있는 풍경 그림'이다(이 그림들의 명칭은 정식 명칭은 아니다. 유화 색칠하기 파는 곳마다 이름이 조금씩 달라서 이름은 내 마음대로 지었다). 그 중 '풍선 집 그림'과 '평화로운 해변가 마을 그림'은 선물을 하기 위해서 구입했었다. 둘 다 완성은 했는데, '평화로운 해변가 마을'은 엄마에게 선물을 했고 '풍선 집 그림'은 선물하지 못한 채 우리집에 있다. 그 친구가 중요한 시험 공부 중이라서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먼저, '풍선 집 그림'부터 소개해본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UP'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오랜 시간 꿈(여행)을 미뤄왔던 주인공이 아내를 잃고 집을 팔아야 할 시련을 겪은 후, 풍선으로 아내와 함께 행복했던 집을 띄워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이 그림을 유화로 색칠하기 전에는 배경이 단색이라서 토토로보다는 쉬울 줄 알았는데, 나의 큰 착각이었다. 오밀조밀 몰려 있는 풍선들에 매우 다양한 색상을 칠해야 했고, 대부분 작은 면적이라서 색칠하는 게 더 어려웠다. 풍선 집 그림까지 다 색칠하고 나니, 유화 색칠하기로 한 작품은 물감 색칠을 잘 못하는 나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가장 단 시간에 완성한 '평화로운 해변가 마을 그림'이다. 회사를 옮긴 엄마에게 어버이 날 선물 겸 같이 드렸다. 예전에 내가 유화를 색칠하는 걸 보고 엄마가 인터넷을 찾아 보면서 '이런 그림 보고 있으면 평화롭겠다'라고 흘려 가듯 한 말을 기억하고, 이 그림을 골랐다. 이 외에도 엄마가 몇 개 더 예쁘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과 연상이 되어서 그런지 이 그림만 기억에 남았다. 좀 더 빨리 시작했어야 했는데, 나도 내 일이 있어서 미루다 보니 어버이 날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그림을 색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속도도 빨라졌고, 단 5일 만에 완성했다. 그 전에 그림들은 하루 30분~1시간씩 여유롭게 했었는데 이번 그림은 하루에 2~3시간 넘게 색칠을 했었다. 그런데 완성은 빨리 해놓고, 선물은 어버이날보다 더 늦게 드렸다. 어쨌든 엄마가 좋아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 그림을 다 완성하고 나니 엄마가 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평화로울 것 같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친구가 보내준 크로아티아 사진이 생각나는 예쁜 풍경이다. 이제 '요정이 있는 풍경 그림'만 남았는데, 몇 개월 동안 하지 않고 있다. 취미라는 건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니까 다시 유화 색칠하기가 그리워지면 그 때 색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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